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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미세먼지 없이 맑은 날이예요~ 

부디 이런 파란 하늘이 쭉~ 이어졌음 좋겠습니다.


어제 외출을 했는데 벌써 벚꽃이 많이 피었더라구요..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꽃잎이 떨어져서 친구들이랑 한참 쳐다보다 왔지요..

꽃잎같기도 하고, 눈송이 같기도 하고, 곱디고운 눈꽃이 내리는 풍경이 참 예뻤어요

벚꽃은 피어있는 기간이 참 짧아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더 예쁜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제 많이 걸어서 그런지 오늘은 집에서 음악들으며 쉬고 싶어지는 날이예요~

핸드폰은 잠시 무음으로 해두고 음악들으며 책을 읽고 있으니 세상 좋네요^^

시집 뒤적이다가 벚꽃에 관한 시가 있어서 올려봅니다. 





꽃비 내리는 날에 정연복


꽃비 내리는데..

아름다운 꽃비 내리는데..


그 꽃비 맞으며 

순해지는 가슴들이 있는데..


세상이 악하다는 생각은 잠시 접기로 하자.


꽃비 내리는데 ..

아롱다롱 꽃비 내리는데..


그 꽃비 맞으며 

연인들이 다정히 걸어가는데..


세상에 사랑이 식었다는 생각은

떨쳐버리기로 하자  






벚꽃의 열반 _ 정연복 


꽤나 오래 심술궂던 꽃샘추위의 눈물인가

미안한 듯 서러운 듯 살금살금 내리는 봄비 속에

이제야 피었나 싶더니 

어느새 총총 떠나는 

아기 손톱 같은 벚꽃들


한 잎 두 잎 보도에 몸을 뉘여

오가는 이들의 황홀한 꽃길이 되어 주며

말없이 점점이 열반에 들어

세상 한 모퉁이 환희 밝히고 있다. 


행여 그 꽃잎 밟을까봐  조심조심 걸었네

부러워라.. 부러워라..

뭇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서도 가만히 웃는

저 작고 여린 것들의 순결한 마침표.






떠나는 벚꽃에게 _ 정연복


그제는 활짝 피어 

눈부신 불꽃이더니


어제는 벌써 

시들해진 기색이더니


오늘은 바람에 날려

비에 젖은 땅에 몸을 누이네


허기진 세상의 

풍요한 밥이 되어 주던

어질고 고귀한 생


깨끗이 마무리하면서

티 없이 맑은 웃음

다시 한번 선물하고 떠나는


작아도 예쁜 꽃이여

빛의 천사여






꽃비 _ 정연복


며칠 만발했던 벚나무에서 오늘은 사르르 꽃비 내린다.

하얀 눈송이같이 춤추며 떨어지는 잎들.

단 며칠을 살아서도 그리도 밝고 눈부시더니..

지면서 떠나면서 더욱더 아름답구나

허공을 가벼이 나는 꽃이여..






벚꽃 _ 용혜원


봄날

벚꽃들은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무엇이 그리도 좋아

자지러지게 웃는가


좀체 입을 다물지 못하고

깔깔대는 웃음으로

피어나고 있다


보고 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기쁜지

행복한 웃음이 피어난다






벚꽃을 보고 느낌이 있어서 _ 한용운


지난 겨울 내린 눈이

꽃과 같더니


이 봄엔 꽃이 되려

눈과 같구나.


눈과 꽃 참 아님을

뻔히 알면서


이 마음 왜 이리도

찢어지는지






벚꽃지는 날에 _ 김승동


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고
그래서 더 알 수 없는 눈물이
푸른 하늘에 글썽일 때가 있다

살아간다는 것이
바람으로 벽을 세우는 만큼이나
무의미하고
물결은 늘 내 알량한 의지의 바깥으로만
흘러간다는 것을 알 때가 있다

세상이 너무 커서
세상 밖에서 살 때가 있다

그래도 기차표를 사듯 날마다
손을 내밀고 거스름돈을 받고
게싼을 하고 살아가지만
오늘도 저 큰 세상 안에서
바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나는 없다

누구를 향한 그리움마저도 떠나
텅 빈 오늘
짧은 속눈썹에 어리는 물기는
아마 저 벚나무 아래 쏟아지는
눈부시게 하얀 꽃잎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벚꽃그늘에 앉아보렴 _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게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도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해지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벚꽃 축제 _ 박인혜


겨우내
비밀스레 숨어있던
그들이 환하게 피어났다

벚꽃 세상을 만들었다

벚꽃을 닮은 사람들이 다가오자
벚꽃은 꽃잎을 바람에 날리며 환영해준다

벚꽃의 세상이다

벚꽃 아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먹는다
벚꽃 같은 사랑을 피고자 하는 연인들이 모여든다
벚꽃 닮은 강아지가 뛰어다닌다
벚꽃나무와 함께 아이들이 웃는다

벚꽃 세상의 사람들이
벚꽃 아래에서
벚꽃처럼 즐거워한다
벚꽃 세상에 모여든 사람들의 마음은
벚꽃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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