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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국내도서
저자 : 김용택
출판 : 예담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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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에 나왔던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에 수록되어 있는 시 몇편을 소개합니다.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백 년 - 이병률

 

백 년을 만날게요

십 년은 내가 다 줄게요

이십 년은 오로지 가늠할게요

삽십 년은 당신하고 다닐래요

사십 년은 당신을 위해 하늘을 살게요

오십 년은 그 하늘에 씨를 뿌릴게요

육십 년은 눈 녹여 술을 담글게요

칠십 년은 당신 이마에 자주 손을 올릴게요

팔십 년은 당신하고 눈이 멀게요

구십 년엔 나도 조금 아플게요

백 년 지나고 백 년을 한 번 이라 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을 보낼게요

 

 

 

 

와락 - 정끝별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초승달 - 김경미

 

얇고 긴 입술 하나로

온 밤하늘 다 물고 가는

검은 물고기 한 마리

 

외뿔 하나에

온 몸 다 끌려가는 검은 코뿔소 한 마리

 

가다가 잠시 멈춰선 검정고양이

입에 물린 생선처럼 파닥이는

은색 나뭇잎 한 장

 

검정 그물코마다 귀 잡힌 별빛들

 

나도 당신이라는 캄캄한 세계를

그렇게 다 물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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