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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얘기

이정하 시모음

(๑>ᴗ<๑) 2018. 1. 1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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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에서 너를 찾았다.


네 안에 갇혀있는 것도 모른채

밤새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헤매 다녔다.


벗어날 수 없는 숲

가도 가도 빠져 나갈 길은 없다.


묘한 일이다.

그토록 너를 찾고 다녔는데

너를 벗어나야 너를 볼 수 있다니


네 안에 갇혀있는 것도 모른 채

나는 한 평생

너를 찾아 헤매 다녔다.






낮은 곳으로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을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밤새 내린 비


간밤에 비가 내렸나 봅니다.

내 온몸이 폭삭 젖은 걸 보니


그대여, 멀리서 으르렁대는 구름이 되지 말고

가까이서 나를 적시는 비가 되십시오..






사랑의 우화


내 사랑은 소나기였으나

당신의 사랑은 가랑비였습니다.

내 사랑은 폭풍이었으나

당신의 사랑은 산들바람이었습니다.


그땐 몰랐었지요

한때의 소나긴 피하면 되나

가랑비는 피할 수 없음을

한때의 폭풍 비야 비켜가면 그뿐

산들바람은 비켜갈 수 없음을






참 사랑의 모습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시골 어느 공원묘지에 묻혔다.

이듬해 나는 방학을 이용해

그 근처 친척 집에 갔다.

우리가 탄 차가 할머니가 잠들어 계신 

묘지 입구를 지날 때였다.

할아버지와 나는 뒷좌석에 함께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우리가 아무도 안 보는 줄

아셨는지 창문에 얼굴을 대시고

우리들 눈에 띄지 않게 가만히 손을 흔드셨다.


그때 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처음 깨달았다.






헤어짐을 준비하며


울지마라 그대여,

네 눈물 몇 방울에도 나는 익사한다.

울지마라, 그대여

겨우 보낼 수 있다 생각한 나였는데


울지마라, 그대여

내 너에게 할 말이 없다.

차마 너를 쳐다볼 수가 없다.






나는 외로웠다


바람 속에 온몸을 맡긴 한 잎 나뭇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 때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


그래

내 외로움의 근본은 바로 너다.

다른 모든 것과 멀어졌기 때문이 아닌

무심히 서있기만 하는 너로 인해

그런 너를 사랑해서 나는

나는 하염없이 외로웠다.






바람속을 걷는 법2


바람이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그래,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바람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바람 속을 헤쳐 나가는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 볼 것,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은 높이 나는 지


인생은 삶에 고민이 있어야 성숙해집니다.

때로는 거센 바람을 헤쳐나가고

때로는 따뜻한 바람에 고마워할 줄 알고

인생에 바람이 없다면...

그게 좋을수도 있겠지만

그럴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저에게 바람이 붑니다.






황혼의 나라


내 사랑은 

탄식의 아름다움으로 수높인

황혼의 나라였지


내 사랑은

항상 그대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가도가도 닿을 수 없는 서녘하늘

그곳에 당신 마음이었지


내 영혼의 새를 띄워 보내네

당신의 마음

한 자락이라돠 물어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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