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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하트시그널2 에서 좋아하는 이병률님의 시가 나오더라고요.
제목은 '사람이 온다' 인데요, 현주가 도균이에게 선물했던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에 있는 시랍니다.
현주가 선물했던 시집을 읽으면서 도균이는 '사람이 온다' 이 시를 외워서
데이트할 때 종이에 써주기도 했지요~ 볼수록 감성 돋는 사람입니다.
현주는 현우를 선택해서 도균이가 조금 안스럽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고 충실했던 도균이는 멋진 사람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ꈍ◡ꈍ
시의 맨 마지막 구절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내가 닫지 못하는 문을 닫아줄 사람이... 곁에 있나요?
사람이 온다 _ 이병률
바람이 커튼을 밀어서
커튼이 집 안쪽을 차지할 때나
많은 비를 맞은 버드나무가 늘어져
길 한가운데로 쏠리듯 들어와 있을 때
사람이 있다고 느끼면서 잠시 놀라는 건
거기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등짝을 훑고 지나가는 지진의 진동
밤길에서 마주치는
눈이 멀 것 같은 빛은 또 어떤가
마치 그 빛이 사람한테서
뿜어 나오는 광채 같다면
때마침 사람이 왔기 때문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 탁자 위에
이파리 하나가 떨어져 있거나
멀쩡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서
하늘을 올려다 볼 때도
누가 왔나 하고 느끼는 건
누군가가 왔기 때문이다.
팔목에 실을 묶는 사람들은
팔목에 중요한 운명의 길목이
지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겠다.
인생이라는 잎들을 매단 큰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는 이 저녁
내 손에 굵은 실을 매어줄 사람 하나
저 나무 뒤에서 오고 있다.
실이 끊어질 듯 손목이 끊어질 듯
단단히 실을 묶어줄 사람 위해
이 저녁을 퍼다가 밥을 차려야 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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